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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리가 100타를 깬 비결

김대리는 정식으로 골프를 배워 본 적이 없었고, 그래서 그는 엄청난 슬라이스를 냈다. 스윙은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지만 이기려는 욕심은 강한 대다수의 골퍼들처럼, 김대리 자신의 잘못된 롱 샷을 보상할 만한 좋은 쇼트 게임 기술을 연마해 칩샷과 퍼팅을 나름 연습하느라 상당한 시간을 연습 그린 위에서 보내 왔다

구력이 쌓이면서 그의 골프에 대한 감정도 진지해졌다. 김대리는 슬라이스가 나는 샷을 교정하기 위해 여러 차례 레슨을 받기도 했다. 그는 백스윙 초기에 코킹을 만들어 주고 아주 기술적으로 클럽이 안에서 바깥쪽 궤도를 그리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 방법이 먹혀들 때면, 높게 나는 드로우 샷이 일관되게 나오곤 했다.

김대리는 우람한 체구를 자랑했지만 장타를 내지는 못했다. 아예 드라이버를 가지고 다니지 않을 때도 많았다. 그래서 그는 그저 볼을 페어웨이나 그린 주변에 떨어뜨리도록 애썼고, 칩샷이나 피칭을 이용해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방식을 선호했다. 수년 동안 그는 105~110타 사이를 오갔으며 초보자 실력을 갖춘 수많은 골퍼들 가운데 한 명이었을 뿐이다.

월 2회 정도 라운드를 하고 꾸준히 레슨이 받으며, 시간이 허락하면 저녁에는 연습장에서 볼을 치는 것을 시작하였고, 주말에는 집 근처 파3 코스나 스카이72 드림 골프레인지에서 잔디타석 연습과 숏게임 벙커 퍼팅 레슨을 별도로 받았다.
지난 여름 김대리의 점수는 꾸준한 100타대였다. 대개 105타 내지 106타가 주를 이루었는데, 경기가 잘 풀리는 날이면 100타대 초반까지 기록을 낮출 수 있었다. 정말 운이 좋은 날에는 46타나 47타 만에전반 경기를 끝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면 으레 후반 경기를 망쳐서 54타 내지 55타를 치고 말았다. 한 번은 마지막 18번 홀에서 보기만 해도 98타를 기록할 수 있었다고 한다. 동료 중 한명이 그 사실을 별 생각 없이 말했는데, 결국 김대리는 그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그는 절망하고 말았다. 많은 골퍼들과 마찬가지로 당시 그는 100타를 기준으로 골퍼와 바보가 구분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수학적으로볼 때, 99타와 100타는 별 차이가 없다. 단 1퍼센트의 차이 인데 말이다. 하지만 김대리나 수많은 다른 골퍼들도 이와 유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 장애물이란 순전히 심리적인 것이다. 김대리의 스윙과 터치는 90타대 기록을 내기에 이미 충분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정말 90타대에 들기 위해서는 약간의 마음가짐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라운딩에서 첫 티샷이 잘못되면 김대리는 연습장에서나 취해야 할 마음가짐으로 돌아가서 스윙을 분석하고 고치고자 애썼다.

그런데 이것이야말로 골퍼들이 취하는 최악의 태도 가운데 하나이다. 심지어 골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조차도 자신의 스윙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두고 일관성 있게 논하지 않는다. 실제로 스윙에서 중요한 동작들은 자기 눈으로 직접 볼 수 없고 스윙을 다 마친 다음에야 알 수 있으므로, 이를 자신이 관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른 사람의 스윙을 봐 주는 프로라 할지라도 슬로모션 비디오를 보지 않는 한 다른 이의 스윙에 대해 잘잘못을 정확하게 분석해 낼 수는 없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평범한 골퍼가 자신의 스윙에서 문제점을 정확히꼬집어 낼 수 있단 말인가?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분석에 온갖 공을 들인다. 충분히 몸을 회전시켰는지를 비롯해, 엉덩이가 제대로 돌아갔는지, 임팩트 존을 통과하는 동안 클럽페이스가 스퀘어를 이루었는지에 이르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스윙에 힘이 들어가고 리듬은 깨지게 된다.

스윙을 고치려 드는 대신, 김대리는 자신에게 편하게 느껴지는 클럽만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즉, 7번 이이언이 편하면 충분히 연습이되어 좀더 긴 클럽으로 바꿀 준비가 되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계속 그것만을 쓰는 것이다.
위의 방법은 주말 골퍼들에게 상당한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지만이 과정을 시도해 볼 만한 배짱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파4 홀과 파5 홀에 들어설 때마다 매번 드라이버를 선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남자라면 어쨌든 드라이버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OB가 날 수 있기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할 상황에서도 드라이버로 스윙하는 것을 볼수 있다. 결과는 물론 보기 좋게 OB다. 만약 좀더 자신감을 가질 수있는 짧은 클럽을 사용하고, 한 번에 150미터 정도만 보낸다고 생각하면 훨씬 더 경기를 잘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타수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결과이다.

김대리는 자신이 구사할 샷의 목표점을 좀더 정확하게 잡아 냈고샷 동작 전의 루틴에 충실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은 우선 자신의 스윙을 신뢰하는 마음을 갖고, 목표를정한 뒤, 루틴을 반복하는 단계로 이루어진다.

이 모든 것은 그가 온 정신을 현재 하려는 샷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은 자신의 강점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는계기가 되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다짐하곤 했다.

좋아, 김대리, 이번 한 샷만 더 잘해 보자. 이게 마지막 샷이라고 생각해!

수학 전공인 그는 늘 숫자를 셈하는 버릇대로, 김대리는 이전까지 자신의 스코어를 두고 늘 요모조모 계산을 하곤 했다. 그러니까 전반 9홀에서 42타를 기록한 경우,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 84타의 기록이 나오겠군. 그의 머릿속에서는 항상 이러한 계산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습관이 그가 고쳐야 할 마지막 심리적 요소였다. 골프 경기를 하는 중에 스코어를 잊을 수만 있다면 그 골퍼는 틀림없이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김대리가 100타를 깨는 플레이 과정

김대리의 기록 경신은 어느 한여름 평일 새벽이 막 지난 시각에 평소와 같이 돌던 라운드 중에 이루어졌다. 첫 번째 홀은 화이트 티에서 420미터 거리인 조금은 짧은듯한 파 5 홀로, 워터 해저드도 없고 평탄한 페어웨이가 넓게 조성되어 있다. 괜찮은 샷 3개면 파 온이 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골퍼들이 라운드를 파로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 김대리의 시작은 엉망이었다. 첫 번째로 날린 티샷에 문제가 있었고, 결국 일곱 타를 기록, 더블보기를 하고 말았다.

예전 같으면 그는 100타를  깨기 위해서 반드시 첫 홀에서는 최소 보기로 시작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어지는 190미터 길이의 2번 홀은 왼쪽으로 세 개의 깊은 벙커가 자리잡은 난도가 높은 파 3 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성적을 내는 골퍼들을 보면 까다롭게 여겼던 홀에서 파를 하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쉬운 홀에서는 보기를 기록하면서 말이다. 또 첫 홀을 망치고 나서 이후 좋은 성적을 내는 플레이어들을 많이 목격할 수가 있다. 이는 선수가 높은 기대를 버리고 긴장을 풀고 플레이하기 때문이다.

바로 2번 홀에서 김대리의 상황이 그랬다. 유틸리티를 꺼내 든 뒤 그는 목표로 그린 뒤의 높은 지점에 서 있는 나무를 골랐다. 멋진 샷을 날렸지만 그린에 못 미쳤다, 최근에 숏게임 연습장에서전수받은 런닝 어프러치를 시도해 홀에서 50cm미만에 멈추게 했다. 당연히 OK거리 였다. 결국 김대리는 파 퍼팅을 성공시켰다.

이 파가 김대리를 평온하게 만들었다. 이후 이어지는 네 개의 홀에서 그는 모두 보기를 기록했다. 7번 티에 올랐을 때, 그는 자신이 6오버 파를 치고 있다는 사실에 신경이 쓰였다. 결국 그는 잡아당기는 티샷으로 공을 나무 숲 사이로 보내고 말았고 여기서 더블보기를 했다. 더블보기를 한 후에 그는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더블보기를 해서 12번 홀까지 24오버 파로 타수를 불렸다.

13번 홀에서의 그의 점수는 항상 좋지 못했었다. 이번에도 어프로치 샷이 벙커에 빠졌다. 하지만 벙커에서 잘 탈출하고 2퍼트로, 보기를 기록할 수 있었다.

라운드 중반에 트리플 보기를 연속해서 했던 것이 당시에는 오히려 축복이었고, 그 때문에 그는 100타를 깰 수 있었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라운드 중반에 트리플 보기가 몇 차례 나오자, 스코어에 대한 미련을 버렸기때문이다. 그는 그저 현재에만 집중하고 현재 목전에 둔 샷을 잘 치기 위해서만 애를 썼다. 100타를 깰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잊게 되었다. 그가 처음으로 98타를 기록한 것은 경기를 마치고 알게 되었다.

일반적인 골프 코스의 경우 화이트 티에서 플레이를 한다면 많은 골퍼들은 90타의 기록을 낼수 있는 능력은 이미 보유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는 일관성 있는 스윙을 위해 연습하고, 좋은 쇼트 게임을 펼치는 것, 그리고 올바른 정신 상태를 유지하는 것뿐이다. 즉, 김대리의 경우처럼 스코어 계산을 멈추고 순수하게 현재 진행중인 경기에만 집중한다면 100타 별거 아니다. 안되면 나를 찾아와라 바로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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